9월 29일 금요일 한가위, 성 미카엘, 성 가브리엘,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
“타작마당은 곡식으로 가득하고, 획마다 햇포도주와 햇기름이 넘쳐흐르리
라”(제1독서). 한 해 동안 공들인 수고의 결실을 거두는 명절 한가위입니다.
오늘 밤 떠오를 한가위 보름달처럼, 여러분의 마음 또한 주님께서 베풀어
주신 수확의 기쁨으로 충만하시기를 기도합니다.
‘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.’라는 말처럼 추석은 풍성함을 만
끽하는 명절입니다. 그런데 주님께서는 우리가 거둔 풍요로운 결실을 어떻
게 사용할지 고민하여 보도록 우리를 초대하십니다. 오늘 복음의 비유는 땅
에서 많은 소출을 거둔 부유한 농부가 그 소출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
모습을 그립니다. 그의 생각을 드러내는 표현들 속에서 우리는 그의 관심사
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. “내가 수확한 것을 모아 둘 데가 없으니 어떻게
하나?(....)곳간들을 헐어 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,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
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.(....) 자, 내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
아 두었으니,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.” 여기서 ‘모아 두다’ 또는 ‘쌓아 두
다’라는 표현이 두드러지게 많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. 부유한 농부
의 관심사는 수확한 것을 모아 두고 쌓아 두는 일이었습니다. 모아 둔 것을
앞으로 어디에 쓸지에 대한 고민은 크게 없어 보입니다. 그의 고민은 수확한
것을 모아 둘 장소가 좁다는 것이었고, 그래서 이전 곳간들을 허물고 더 큰
곳간들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데에 그치고 맙니다.
주변을 돌아보면 모으는 데만 마음을 쓸 뿐, 그것으로 무엇을 할지는 별
로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. 모아 두고 쌓아 두는 것 자체가 목적
일 수 없습니다. “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
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.” 우리가 지향하여야 할 바는 하느님 앞에
서 부유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. 그리 되도록 현세에서 누리는 풍요로움을
어떻게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여 봅시다. ⊕
-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-